이 사람, 아주 많이 ‘뜰’ 줄 알았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잠시 보이지 않았다. 그리곤 최근 누구보다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무척이나 잘생긴 배우로 기억했던 주진모다. 그런데 이 사람, 무척이나 속이 깊다. 어느새 성숙한 배우가 된 주진모. <두뇌유희 프로젝트, 퍼즐>로 돌아온 그를 <무비위크>가 만났다. |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2001년 <와니와 준하> 이후 약간의 공백이 있다. 3년 정도 쉬었다. <발해>라는 작품을 기다리다 무산됐었다. 그 후에 이왕 이렇게 쉬는 거 아예 쉬자고 생각했다. 당시 정신적으로, 경제적으로 굉장히 힘든 시기였다. 여유를 가지면서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가졌던 것 같다. 그때가 굉장히 큰 도움이 됐다. 그 시기에 사랑하던 여자친구도 있었지만 헤어지게 됐고.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이야기, 그거 맞는 말인 것 같다. 일적인 면에서도 사람 공부를 많이 한 것 같다. 최근 작품들을 보면 과거와 확연히 달라진 점이 보인다. (황)정민이 형이 했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슛 들어갈 때만큼은 진실이라 생각해라”고 했던 것. 과거에는 연출자가 요구하는 방향만을 좇았었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생각했던 걸 말하지 않고서도 표현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분명 예전 방식보다 힘들긴 하다.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하는 게, 또 결과를 봤을 때 나 스스로도 만족스럽다. <두뇌유희 프로젝트, 퍼즐>(이하 <퍼즐>) 때도 그랬고, <미녀는 괴로워> 감독님도 흐뭇해 한다. <퍼즐> 기자회견 때 “혼자 하는 영화였으면 안 했을 것”이란 답변이 기억에 남는다. 내 입장에 대해서 말한 것이였다. 나에겐 혼자 해서 책임감을 짊어질 수 있는, 아직 그럴 만큼의 인지도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단지 배우 주진모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마음이 컸던 것 같다. 큰 흥행을 바랐다면 이 작품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랬다면 이런 인터뷰 자리에도 없었을 거다. <퍼즐>은 18억 원의 순제작비로 만들어진 영화다. 한국영화 평균제작비와도 차이가 있다. 요즘 시스템에선 하지 못할 일을 한 것 같다. 현장도 생동감 있게 잘 진행됐다. 제작비 여건상 총 30회 촬영횟수라는 제한이 오히려 배우들의 호흡을 유지할 수 있게 하고, 긴장감을 가진 채 작업에 임하게 한 것 같다. 이번 작품에서 함께한 배우들에 대해 이야기 좀 하자. 이런 생각이 들더라. 나도 한 3년 동안 배우 생활 안 했었지 않나. 그러다 다시 일할 때의 느낌, 무척이나 버겁고 적응하기 힘들었다. (홍)석천 선배, (김)현성이, (박)준석이 같은 경우 세 명의 입장이 비슷한 것처럼 보였다. 석천이 형의 경우는 커밍아웃하면서 힘들었던 것들이 눈에 다 있더라. 현성이도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이후 활동이 조금 뜸했었다. 준석이도 가수에서 연기자로의 전환점이 될 작품이라 긴장을 많이 한 것 같았다. 내가 세 사람에게 해줄 수 있는 건 함께 호흡할 수 있게끔 최대한 배려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앞에 두고 보니 무척이나 잘생겼다. 그런데 배우로선 그 외모가 부담이 될 수도 있겠다. 말이니 말이지만 들어오는 역할이 한정되는 느낌이 들었었다. 흥행성이 있는 작품일지라도 내가 해야 할 역할은 조금 정돈되고 틀에 박힌 역할이 많았던 것 같다. 아직도 그런 편이다. 이목구비가 또렷한 배우들은 어떻게 연기를 해도 티가 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래서 예전엔 이런 부분이 참 힘들었다. 과거에는 외모적인 것 때문에 그런 생각을 했지만, 사실 지금은 그런 것에 별로 신경 안 쓴다. 내가 맡은 역할이 관객 혹은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 이상은 없는 것 같다. 올해는 참 바쁜 해다. 영화 2편에 드라마까지 하니 말이다. 드라마 이야기 좀 해달라. <게임의 여왕>이란 드라마다. 이보영이 함께 출연한다. <불새>의 이유진 작가가 각본을 쓰는데, 트렌디 드라마라기보다는 정통 드라마에 더 가깝다. 얼마 전 뉴질랜드 촬영분량을 마치고 돌아왔다. 드라마의 경우도 극장에서 보지 못한 또 다른 모습들을 보여줄 수 있는 장이라 생각한다. 요즘 이 작품에 의욕이 불타고 있다.(웃음) 남의 인생을 연기하는 배우로서, 꼭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작년에 점을 봤다. ‘신점’이라 부르는 것 말이다. 점쟁이가 나에게 “당신은 그 고집 때문에 못 큰 거야”라고 말했다. (이 작품이 뜰 것 같으니 이거 하자는 식의 조언들을 포함한) 남 말을 왜 안 들어서 갈 길을 막느냐고. 그가 말하길, 앞으로 사람들에게 인정 받으려면 실존 인물을 대신 표현해보라고 하더라. 꼭 그 말을 들어서라기보다는 실존 인물의 일대기를 다루는 작품이 있다면 한번 해보고 싶다. 과거에 <샤인>이란 영화를 너무 좋게 봤었다. 그런 작품을 하게 되면 진짜 마음속에서 생각했던 것에 제대로 빠져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지금 현재의 삶에 대해 간략히 말해주면 좋겠다. 아직까지는 여러 장르, 분야의 작품들을 마음껏 해보고 싶다. 배우는 어떤 기회로 한 계단 올라서게 되면 역할이 한정되는 경우가 있으니까. 멜로, 누아르뿐만 아니라 코미디도 해보고 싶다. 이렇게 내가 하고 싶은 역할들을 할 수 있는 지금이 행복하다. 물론 경제적으론 좀 힘들지만 말이다. 하하. 그리고 진짜 예쁜 사랑도 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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