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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짐모는 곁눈질이라는 것을 잘 모른다. 지금 하고 있는 것 하나밖에 생가갈 줄 모른다. 여가 시간에 하는 일 하나쯤 있을텐데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할 만큼, 데뷔 후 10년을 연기만, 작품만 생각하고 살았다. 요즘 그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건 하나다. 곽경택 감독의 영화<사랑>.
#미치도록 하고 싶던 영화 <사랑>
바쁜가 보다. 인터뷰 날짜 잡기도 힘들었다.
영화 후반작업 하고 있다. 영화 때문에 미뤄놓은 개인 스케줄도 좀 있고.
시나리오 때부터 너무 맘에 들었다던데.
<미녀는 괴로워>가 막 붐업이 되어 있던 때였다. 다음 작품을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 아닌 고민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고. (장)동건이 형 집에 밥을 먹으러 갔다가 우연히 식탁 위에 쌓여 있는 시나리오를 보게 됐는데, 그 중에 <사랑>이라는 타이틀이 있더라. “그거 곽 감독님이 이번에 쓴 건데, 나한테 모니터해 달라고 보내준 거야. 너 읽어볼래? 괜찮던데.” 형이 그렇게 말하는데, 그때 왠지 꼭 읽어봐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확 끌렸다. 그래서 밥을 먹다 말고 읽었다. 읽다가 끊기면 밥을 먹으려고 했는데, 한 번에 다 보게 됐다. 동건이 형은 밥 다 먹고 설거지도 끝내고 인터넷 하고 있는데, 난 다 읽은 후에 밥을 못 먹겠더라. 그 시나리오에 빠져 있어서. 그렇게 시나리오를 읽고 느낌이 오랫동안 남는 작품이 별로 없었다. 가장 급한 건 ‘이걸 누가 하기로 한 건가’였다.
운명의 작품을 만난 건가?
처음에는 내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을 못했다. 이미 나보다 더 쟁쟁한 사람들이 얘기가 진행되고 있었다. ‘거의 결정이 돼 있다’라는 얘기까지 들은 상황이었으니까. 순간 ‘이거 내 건데. 내가 하면 잘할 수 있고, 내가 지금까지 보여주지 않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데. 내가 배우 생활을 하면서 꼭 해보고 싶어하던 캐릭터인데.’ 속으로 그랬다. 얘기는 해봤지만 안 됐다는 얘길 듣고 짐 싸서 여행 갔다. 외부와 연락을 끊고 강원도 산골로. 일주일 정도 지났는데, 사무실에서 연락이 왔다. 영화사 측에서 다시 연락이 왔다고. 그때 냉큼 짐싸서 서울로 왔다. 그 다음날 감독님께 ‘의욕적으로 하는 네가 더 좋다’는 얘기를 들었다. 무조건 열심히 하겠다는 말만 했다.
<미녀는 괴로워> 이후 시나리오가 많이 들어왔을 텐데.
있긴 있었는데, 한 번 맡은 역할에서 대중적으로 효과를 보면 비슷한 장르만 오더라. 배우가 자기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같은 걸 또 써먹으면 나 자신에게 발전이 없다. 한 번 했으면 됐지 또 써먹고 싶지 않았다.
정말, <사랑>은 <미녀는 괴로워>와 다르긴 하다.
전체 스토리에 장르적인 면도 있고 올드한 면도 있지만, 요즘 시대의 친구들이 다 공감할 수 있게 갈 수 있다고 자신했다.
#들러리 아닌 주연으로 승부수를 띄우다 촬영은 어땠나? 정말 첫 촬영 때부터 뭔가 덜컹거리는 거 하나 없었다. 감독님과는 캐릭터 분석도 같이 하고 사투리 연습도 같이 하면서 시간을 많이 보냈다. 그러다 보니 감독님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고, 내가 뭘 생각하고 있는지 서로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는 거다. 첫 촬영에서 OK가 바로 나왔다. 너무 쉽게 나온 거 아닌가 생각할 정도였다. 이번 스태프들이 <와니와 준하>를 같이 했던 사람들이라 편하기도 했지만, 첫 촬영인데도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팀 같았다. 영화 끝날 때까지 뭐가 안 맞아서 촬영 진행이 멈춘 적도 한 번 없었고. 오히려 시간이 남아서 ‘이런 걸 한 번 더 찍어볼까’ 회의를 할 정도였다. 영화 끝날 때까지 정말 행복했다. 액션을 거의 다 직접 했다 들었다. 원래 몸으로 때우는 걸 잘한다. 연기가 안 될 땐 몸으로 때우고 그래야지.(웃음) 어릴 때야 뭣 모르고 의욕적으로 하다가 다치기도 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꾀가 많이 생겨서 ‘이번에 필요로 하는 게 이 부분이구나’ 하는 식으로 알고 갔기 때문에 괜찮았다. 이젠 효과적으로 하게 됐다. <사랑>은 ‘곽경택 영화’이기도 하지만 ‘주진모 영화’이기도 하다. 첫 촬영부터 끝까지 남아본 영화가 처음이다. 그 때문에 책임감도 있고, 부담도 없지 않다. 그래서 찍을 때마다 긴장을 놓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배우 주진모가 이 영화로 승부수를 띄운 느낌이 들었다. 쉽게 말하면, 이번 영화로 자리 잡아야 한다.(웃음) 자리를 못 잡았다고 느끼고 있었나? 왠지 항상 마음속에서는 들러리 아닌 들러리 같은 기분이 들었다. 주연이긴 하지만 여배우들을 서포트하는 역할들이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 항상 묻히는 거다. 썩 기분 좋지 않더라. 이번 영화는 시나리오를 읽을 때부터 나름대로 자신이 있었다. 이번엔 내가 떠야겠다.(웃음) 뭐가 부족했을까? 배우로서 에너지가 있는 느낌을 보여주는 역할이 없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동안 현실과는 동떨어진 키다리아저씨 같은 이상형의 남자의 이미지로 비쳐졌다. 이 외에 다른 것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받고 싶었다. 이전에도 그런 생각은 계속 했을 텐데? 물론. 다만 기회의 폭이 좁았다. #오로지 앞만 보고, 앞으로 나아가는 인생 스스로 운이 없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나? 처음 데뷔했을 때 사람들에게 이목을 받았다. 하지만 <와니와 준하>를 끝내고 약 2년 반 정도 쉬었다. 그게 운인 거 같다. 쉬려고 했던 것도 아니다. 큰 예산의 영화가 들어가기로 되어 있었고 그 영화 준비를 몇 달 동안 했는데, 엎어졌다. 7~8개월 허송세월하다가 다시 작품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게 또 안 되고. 그러다가 자포자기 느낌이 들고. 이럴 바엔 쉬자 하다 보니 어느덧 2년이 지났다. 하지만 이제 다시 하려다 보니 사람들이 안 찾아주더라. 심지어 어디 신문사에서는 은퇴했냐고, 은퇴기사 쓰겠다고도 했다. 그래서 다시 드라마를 했고, 대중에게 얼굴을 좀 보이니까 그때서야 시나리오가 들어왔다. 그래서 난 항상 다시 시작하는 느낌이다. 사실, 계속 운이 따르지 않는 상황을 겪으면 자기를 의심하게 된다. ‘내가 잘 못하고 있어서 그런 거구나’ 생각하게 됐다. 연기도 그랬고, 모든 생활이 나태했다. 예전에는 웃질 않았다. 웃으면 바보처럼 보일까봐. 어린 마음에 인상 쓰고 폼 잡고 있으면 사람들이 인정해 주겠지 한 거다. 지금은 내가 왜 그랬나 싶다. 쥐구멍이라도 찾아 들어가고 싶다. 너무 자존심만 세웠고. 내가 잘났다고 생각했다. 모든 걸 둥글게 봐야 하는데 각 지게 생각했다. 대인관계도 불편하고. 뭔가 안 맞았던 부분이 정말 많았다. 사람들에게 오해도 많이 샀고, 여자친구와도 헤어지고, 일도 안 풀리고. 정말 도 닦듯이 강원도 산골에서 몇 달 동안 지내면서 생각을 엄청 많이 했다. 그리고 결론을 내고 내려왔다. 다시 시작해야겠구나. 나를 확 바꿨다. 그게 어떻게 보면 배우로서의 마음가짐이나 배우 생활의 기본적인 요소에서 토대가 된 것 같다. 이 일이 나에게는 안 맞는 건 아닐까 생각한 적은 없었나? 맞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군대 제대 후 준비하던 거 다 포기하고 부모님에게 연기하겠다고 했을 때 허락받기도 정말 힘들었는데, 어쨌든 되지 않았나. 포기하고 싶은 생각도 없었고, 어떻게든 해낼 수밖에 없는 거였다. ‘이게 안 맞으면 다른 걸 생각해 볼까’ 하는 여유도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고. 그냥 오직 난 이거밖에 없기 때문에 어떻게든 살아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목숨을 건 듯 보인다. 그렇다. 전투하는 기분이다.(웃음) 스트레스 많이 받겠다. 정말 많이 받는다. 하지만 배우로서 성취욕을 많이 느끼고 싶다. <사랑>을 찍으면서 감독님이 자기가 생각했던 것보다 월등히 잘 나오면 “컷!” 하고 크게 외치는데, 딱 신나는 게 보인다. 심지어는 모니터를 보고 울기도 하신다. 그런 감독님 표정을 보면 너무 뿌듯하다. ‘내가 이 일을 하는 게 행복하구나’ 느낀다. 그게 아니고 “아까 했던 걸로 하면 될 거 같아” 뭐 이런 식으로 말하면 못 참는다. “다시 가요. 몇 분 쉬고 다시 해요” 해야 한다. 한눈을 팔지 못하는 성격 같다. 그렇다. 참 단순하다. 잔꾀 같은 거 잘 모르고. 지금 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바쁘다. 그래서 소탐대실할 경우도 있지만. 배우라는 직업에 있어서 너무 행복한 게, 배우는 연기만 잘하면 되지 않나. 다음 작품 같은 건 생각도 안 했겠다. 전혀. 그럴 겨를이 없다. 박은경 기자 2007.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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