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전체 제목, 아 2008년에 이 배우들 없었으면, 안 그래도 숏같은 현실 진짜 지랄같았겠구나. 동의하지? 인정하지? 2008년 가장 통쾌한 한 순간을 보여준 배우들, 조아조아, 멋져멋져 |
<쌍화점> 주진모 |
그런데 이번엔 반대가 된 거 같다. <사랑>에선 보스를 배신하고, <쌍화점>에선 사랑을 좇아 떠난 이들에게 배신감을 느낀다. 배우 입장에선 사실 <사랑> 때 이렇기 때문에 <쌍화점> 땐 이렇게 했다 그런 건 전혀 없다. <사랑>이라는 시나리오를 받았을 땐 ‘꽂힌다’ 그러잖아 흔히. 그 인물에 내가 들어갈 수 있다, 없다라는 것만 보고. 내가 들어갈 수 있다. 그리고 내가 보인다. 처음에 읽었을 때 그 감정대로 간 거였다. 인호라는 인물에 대해서도 내 스스로가 뭐랄까. 남자 배우라면 한 번쯤 꼭 해보고 싶은 장르라고 얘기도 하잖아. 사실 그 인호라는 친구가 내가 여태까지 꿈꿔왔던,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겪었던 직간접적인 경험담과 비슷하게 얘기가 되니까. 인호라는 친구가 내가 되어 있더라. 그렇게 의도적이고, 계산적인 거 없이 표현했던 거였고. <쌍화점>은 <쌍화점>대로 왕으로서. 읽으면서 그 안에 들어가 버린 거지. 근데 그 전에 인호라는 인물은 다 털고 왔으니까. 그렇게 연결되는 부분은 전혀 예상도 못했고 생각도 못 했다. 근데 그렇게 보일 수는 있을 것 같다. <사랑> 시나리오를 일컬어 ‘올인’이라는 표현을 했던데. 내 것이 아니면 안될 것 같은. 그건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던 거잖아. 그런데 <쌍화점> 시나리오를 보고 나선 고민이 많았다고 들었다.그 고민이 뭐냐면 워낙 <사랑>의 인호라는 캐릭터는 한 여자를 위해서 몸 바치는 놈이잖아. 어찌 보면 지극히 단순한 사람이지만 그 뚝배기 같은 마음이 관객들한테 전달되면 관객들도 동요가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하나의 목표만 두고 간 거였지. 그에 비해 <쌍화점> 시나리오에서 왕이라는 캐릭터는 단지 왕이라서 왕의 모습만 보여준다고 되는 게 아니다. 왕 이면에 갖고 있는 그 사람의 심경 변화에 의해 드라마가 가게 되고, 상황이 전개되니까. 왕이 항상 발단의 시점이 돼서 사건을 저지르게 되잖아. 왕이 어떻게 표현하냐에 따라 이 영화의 색깔이 확 틀려진다. 그 기준점을 먼저 잡는 게 왕이니까. 그거에 대한 고민을 안 할 수가 없는 거지. 난 분명히 이렇게 해석하고, 이렇게 알고 있었는데 연출자는 글은 이렇게 썼지만 난 이런 뜻이야 라고 했을 때 그 간극이 생기면 촬영 못하는 거다. 그렇게 맞춰 가는 게 가장 고민이었고 힘든 부분이었다. 그간 영화에 등장하던 왕의 캐릭터와는 조금 달랐다. 홍림이를 향한 왕의 마음에 측은한 감정까지 들더라. 참 희한한 게 시나리오 읽은 사람들 모니터 해보면 왕이라는 캐릭터를 그런 식으로 해석한 경우의 대부분이 다 여자들이다. 남자들이 읽었을 때 왕을 바라보는 시각이 또 다르다. 제작발표회 할 때부터 감독님이 ‘왕은 동성애자입니다’라고 오픈을 했지만, 결론적으로 왕은 중성적인 여러 감성들을 갖고 있으면서도 대체로 여성적인 심리를 갖고 있는 친구라고 느껴지더라. 여자이기 때문에 그런 마음이 드는 거고. 또 그런 마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사랑에 대한 표현을 반대로 할 수 있고. 시기와 질투도 할 수 있고. 그런 걸 또 대놓고 하지 못하고 숨어서 표현하잖아. 사실 남자들은 ‘너 왜 그랬어?’ 이렇게 표현할 수 있는데 여자들은 안 그런다. 왕도 그런 심리를 가지고 간 거다. 그걸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습득할 때까지, 그 인물에 들어가기까지 정말 많은 여자들의 마음을 많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예전에 사랑을 하면서 내 입장만 생각했던 게 있다면 다시 한 번 뒤돌아 보게 되더라. 아 여자 입장에서는 나한테 이랬던 거였구나 난 왜 그 때 몰랐지? 이런 걸 알게 되기도 하고. 영화 찍을 때 그런 걸 많이 빌려와서 표현했다. 스트레스가 엄청 많았다고 하더라. 처음으로 탈모라는 것도 겪어봤다. 새치라는 것도 생겨보고. 몸으로 반응하는 건 처음 느껴 봤는데 어쨌든 그런 결과가 있기 때문에 영화 찍고 나서의 훈장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들고. 지금은 다 나았으니까. 나와 친구처럼 지내는 장동건 씨 같은 경우도 <태극기 휘날리며> 찍을 때 굉장히 스트레스 받고 많이 힘들어서 원형탈모가 생겼었다. 내가 약도 발라주고 그랬거든. 그런 걸 회상하면 이만큼 애를 쓰고 하니까 좋은 결과가 나왔지 않나 생각한다. 영화를 찍는다는 건 배우들에게 고통스러운 작업이기도 하지. 그런 부분에서 내가 이렇게까지 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고 그럴까? 이렇게 까지 해야 되나? 너무너무 힘들 땐 그런 순간이 있다. 일반인들은 영화 작업이 어렵다 하면 ‘얼마나 힘들기에?’ 이렇게 얘기할 수 있겠지만. 어느 작품이냐에 따라서 다르잖아. <쌍화점> 하며 너무 힘들었을 때 유하 감독님의 말이 귀에 확 들어왔다. “니가 고통스럽고 괴롭고 힘들어야 관객의 눈은 즐거워지는 거야. 그리고 니가 이만큼 했을 때 결과물은 니 손자 후손까지 다 볼 수 있는 거야. 단지 여기 며칠 몇 개월 고생한다 해서 그게 다가 아니라 나중을 생각해보자.” 정답인 거지. 내가 지금 이 고생으로 인해서 앞으로 더 편해질 수 있는 거고. 앞으로 더 행복하게 일을 할 수 있는 건데. 여기서 내가 조금 나태해지고 풀어지면 그에 대한 결과는 나한테 고스란히 오는 거니까. 그걸 내가 모르는 것도 아니고. 예전에 영화가 그렇게 하고 싶어도 안 시켜 줄 때가 있었잖아. 그걸 생각하면서 맞아. 그래. 다시 또 하게 되고 그랬던 거지. |
그런데 주진모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데뷔 초에도 쉽게 가려고 하지는 않았다. 그 때는 자존심이 있었다. 아집이지. 매니지먼트에 휘둘리고 싶지 않은 그런 거. 그 당시 20대 때 ‘난 배우로 갈 거야’란 마인드가 좀 있었다. 만약 스타성만 생각하고 갔으면 그 쪽으로 갈 수도 있었을 텐데. 또 그 당시에 동경해 왔던 선배들이 ‘작품성’ 위주의 라인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그 때 스스로 아직은 내가 연기자로 자격이 없다 느꼈기 때문에. 난 아직까지 배워야 돼. 겪어보고 경험을 해봐야 돼 란 생각이었다. 스스로가 너무 불안한 거다. 카메라 앞에 서는 게. 새로운 경험을 빨리빨리 체득해서 ‘영화 배우 선수’란 얘길 들어야 되는데 아직까지도 그만큼 인정을 못 받는다는 건 내가 부족하다는 거니까. 그래서 좀 더 실험적이고, 모험적인 캐릭터들로 가게 된 거다. 보통 20대에는 자기에 취하기 십상인데?어렸을 때 공부를 안 해서 그런지. (웃음) 난 지금도 그렇다. 난 아직도 부족해. 아직도 배고파. 또 어떤 걸 받아들여야 되지? 계속, 끊임없이 그래야 될 거 같다. 내가 지친다고 느낄 때 또 어떤 사람들을 통해 자극을 받아 다시 일어서야 되고. 사람마다 방향이나 생각하는 게 틀리겠지만. 나 같은 경우는 예전에 버림받았던 배우에서 다시 살아 남는 배우가 되지 않았나. 매번 스스로 자화자찬하는 말인데. 어쨌든 예전에 그런 걸로 인해서 상처 아닌 상처도 받고, 자존심도 다 상해보고. 그래서 배우, 스타 폼 잡는 게 다가 아니구나 하는 것도 알게 된 거지. 배우에게 정체만큼 무서운 게 있을까? 최대의 적이지. 중요한 건 용기인 거 같다. 나 자신을 깨지 않으면 노력한다 해서 되는 것도 아니다. 가령 이건 좀 비하적인 발언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그런 뜻으로 이야기하는 게 아니니까 오해하지 않았으면 하는데. 특히 여배우들 같은 경우 용기가 없어서 그 자리에 머무는 배우들이 있거든. 근데 그걸 깨고 나온 배우들은 두드러지게 나온다. ‘여배우’ 하면 ‘전도연’ 하고 나오잖아. 그렇게 나오는 케이스에 이어가는 배우가 없다라는 건 그 틀을 깰 용기가 없다는 거거든. 사실 <쌍화점> 왕후 역할 캐스팅은 시나리오를 본 여자 배우들이 ‘허걱’하고 용기가 없어서 안 되는 거였다. 용기라는 건 그런 부분에 준하는 얘기도 되고. 주진모에게 정체의 순간은 없었나? 스스로를 답습하게 되는. 처음으로 일 년에 한 세 작품을 해본 적이 있는데. 우선 사람이 몸이 지치면 정신적으로 생각을 못 하니까 기계적으로 될 수 밖에 없더라. 근데 그건 나만 아는 거지 보는 이들은 모른다. 스스로가 그렇게 느껴질 때가 있더라고. 그래서 마음 속으로 다짐한 게 아직까지 내 혼이 들어가지 않은 작품이라고 생각되는 건 하지 말자는 거였다. 아직까지 그런 방법론을 터득하지 못해서 그런지 어쨌든 난 배우라는 직업을 갖고 카메라 앞에 섰을 때 진정성이 안 느껴지면 나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는 거 같다. 날 보는 수백 만 수천 만의 시청자나 관객들이 사기를 당하는 그런 기분까지 들 정도로. 참 아이러니한 게 카메라 앞에서의 연기는 관객을 속이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지. 거짓을 말하는 거지만 그 순간, 카메라 앞에서 선 스스로가 진정성이 있다라고 느끼는 부분일 거다. 예를 들어 아주 간단하게 ‘너 울어. 울어. 울어.’ 이러다 ‘울라고!!’ 윽박지르는 거에 놀라서 우는 거랑. 표현 자체를 ‘진모 씨. 예전에 여자 친구랑 이럴 때 이런 마음이 있었잖아. 근데 그 느낌이 어땠어.’ 그걸 회상하며 울지만 얼굴은 웃고 있다. 오히려 그런 부분에서 더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을까? *자세한 내용은 프리미어 본지 58호(1.1~15)에서 확인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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