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동안, 주진모는 영화잡지 표지 모델에서 번번이 까였다. ‘주진모는 아직 그런 짬밥이 안돼!’암암리에 들려오는 이유였다. 그는 고집스러울 만큼 각을 세우고 살았다. 안전한 작품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주진모’를‘배우’로 인정해 주는 시선은 많지 않았다. 그런데, 주진모는 스스로 달라졌다. 조바심 내지 않았다. <사랑>은 그런‘주진모’에게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작품이다. 그에게 <사랑>은 바로‘올인’이다. |
ALL IN LOVE 주진모 |
<사랑> 주진모 우선, 캐스팅 얘기를 자세히 듣고 싶다. 흥미롭게도 장동건 씨가 연관돼 있더라. < 미녀는 괴로워>가 반응이 좋았던 때라 어떻게 보면 시나리오를‘고르고’있었다. ‘내 취향에 맞는 시나리오보다 이제는 대중적인 스타일의 시나리오를 골라야 되지 않을까’생각했다. 물론, <미녀는 괴로워>와 똑같은 스타일은 배제했다. 근데 마땅한 시나리오가 없었다. 그래서 우리 회사(그의 소속사이기도 한, ‘KM 컬쳐’)에서 준비하던 시나리오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김종현 감독이 연출하는 영화인데, 그 형도 김용화(<미녀는 괴로워>) 감독과 똑같은 시기에 알게 됐다. <미녀는 괴로워> 때와 같은, 말하자면 의리를 지키는 출연? (미소) 그러다 (장)동건 형이랑 친하니까, “오랜만에 밥이나 먹자”해서 형 집에서 밥을 같이 먹고 있었다. 밥은 직접 해 먹었나? (웃음) 아 니, 시켜 먹고 있었지. 근데 식탁 위에 시나리오가 쌓여 있었다. 나한테 들어온 시나리오가 <미녀는 괴로워> 같은 로맨틱 코미디류였다면, 동건 형은 워낙 대스타니까 모든 장르의 시나리오가 다 들어와 있지 않았겠나. 사실 몇 년을 알고 지낸 사이지만, ‘형, 좋은 시나리오 있으면, 나한테 좀 보여줘’같은 얘기는 한번도 해 본 적이 없었다. 근데 그날은‘사랑’이라는 제목의 시나리오가 눈에 탁 띄는 거다. 그래서 “형, 저 책은 뭐야?”하고 물었다. 형이“어, 곽경택 감독이 요번에 새로 준비하는 거야.”그러고서 형이 2초 정도 생각하더니“너 한번 읽어볼래? 너랑 잘 어울리겠다”하는 거다. 왠지 드라마틱하다. 내 가“형은 재밌게 봤어?”물으니까“어, 곽경택 감독이 <태풍> 이후에 새로운 마음으로, 대중들한테 어필할 수 있는 작품을 쓴 거 같아”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 순간, “형, 읽어봐도 돼?”소리가 바로 튀어나왔다. “어, 읽어봐”해서 밥 먹다 말고 손에 잡았다. 형이 밥 다 먹고 설거지 하는 동안, 나는 머리 속에서 영화 한 편을 다 그리면서 읽었다. 혹시 그런 적 처음인가? (고 개를 끄덕이며) 작품에 그렇게 빠져보기는 처음이다. 시나리오를 덮는 순간, ‘아, 이건 내 건데, 이건 내가 해야 되는데, 너무 자신 있는데…’생각이 들었다. 캐릭터에 정말 동화돼 있었다. 형한테“이거 누가 하기로 돼 있냐?”고 물었다. “내정돼 있는 배우가 있긴 있다. 아직 결정된 건 아니지만, 얘기는 다 끝난 상황인 거 같다”고 하는 거다. 그런데도 집요하게 “그래도 계약서에 도장 찍은 건 아니지 않냐?”는 식으로 형한테 말했다. 결국 곽경택 감독한테 내 얘기가 전달됐다. 내정돼 있던 배우는 누구였나? 녹 음기 끄면 얘기하겠다. (웃음) 그러고 일주일 뒤, “다른 배우가 할 것 같다. 내일 모레 도장 찍기로 했다. 아쉽지만 다음 기회에 하자”라는 답변이 왔다. 순간 하늘이 노래지고,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다른 시나리오는 읽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마음 추스르려고 혼자 낚시를 갔었다. 한 이틀 정도 보냈는데, 참 이상했다. 뭐가? 낚 시 하면서도, ‘그 시나리오는 내건데, 내가 이렇게 쏠려 있는데, 누가 그만큼을 과연 뽑아낼 수 있을까’생각하면서 막 억울해 하고 있었다. 근데 이틀 뒤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핸드폰을 켜니까 전화가 와 있었다. ‘<사랑> 팀에서 다시 연락이 왔다’고, 매니저가‘빨리 오라’고 난리였다. 그래서 바로 짐 싸들고 서울로 올라왔다. 만나서 얘기를 들으니까 원래 얘기 됐던 배우가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못하게 됐다는 거다. 뭔가 감동적이다…. (웃음) 감 독님이 <사랑>은 멋 부리는 영화가 아니라 그만큼 열정이 있어야 풀어갈 수 있는 작품이라고, “진모로 가!”했다는 거다. 다른 스태프들도‘의욕도 있고, 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고. 감독님 뵙자마자“고맙습니다. 저 내일부터 뭐하면 되죠?”했다. 사실 인터뷰라서 자세히 얘기하는 거지 캐스팅에 대해서 나도 감독님도 그 전 상황은 꺼내본 적이 없다. (중략) atyu.c |
곽경택 감독의 전작들 중에 혹시 캐스팅 때문에 접촉했던 작품은 없었나? 한번도 없었다. 왠지 의외다. <사랑>을 봤기 때문인지 곽경택 감독과 잘 맞는 배우 같은데. (웃음) 사 실‘곽씨 집안’과는 인연이 깊다. <해피엔드> 때 정지우 감독 와이프가 곽 감독님 동생분이지 않나. 그 분은 내가 다음에 했던 <와니와 준하> 때도 제작에 참여했다. 그러다 이번에 곽 감독님하고 작업하게 된 거고. <미녀는 괴로워> 때 김용화 감독이랑 정말 호흡이 잘 맞았다. 형, 동생 사이가 돼서 정말 허물없이 얘기하다 보니 그만큼 디테일한 표정이 나왔었다. 근데 <사랑>은…. 그보다 더했던 건가? (웃음) 그치, <미녀는 괴로워> 때와 달리‘주진모’라는 인물이 중심이 돼 풀어가는 영화가 아닌가. 현장에서 정체되는 시간이 없었다. 워낙 감독님이 생각하는 거나 내가 생각하는 게 일치했기 때문이다. 신이 났다. 정말 신이 났다. 그래서 크랭크업 후에도, 촬영장에 또 가야 될 것 같은 기분이었다. 올인 했다고 할까. 내가 현재 갖고 있는 능력을 모두 뽑아내려고 한 거 같다. 영화 봤으니, 어떤 거 같나? 아… 음…. (웃음) 이전의‘주진모’라는 배우와는 많이 다르지 않았나? 진짜 이번 영화에선 그렇게 보였으면 하는 희망이 있다. ‘주진모’라는 배우는 얼굴, 이미지로만 가는 배우가 아니라 정말 연기도 하는 배우, ‘주진모의 재발견’이면 좋겠다고 할까. 사실 나는 왜 남들이 바라고 동경하는 이미지로만 국한돼야 되는지, 계속 답답한 마음이 있었다. 근데 <사랑>에서‘인호’는 그런 동경상의 대상으로 보일 수 있는 부분에서도, 편하게 다 바꿔 버렸다. ‘인호’가‘경호원’일 때 부분 말이다. 그 때조차도 멋있게 보이려고 한 적이 한번도 없다. 맞다. 그거 느낄 수 있었다. (미소) 고맙다! (미소) (중략) 곽경택 감독은 남자 배우들에게서 뭔가 끌어내는 능력이 있는 걸까? (고개를 끄덕이며) 감독이 일부러 억지로 시키는 건 아니다. 그건 나뿐만 아니라 먼저 작업했던 형들을 봤을 때도 느끼는 건데, 감독이 잘해주기도 하지만, 배우들 스스로의 노력도 분명 있는 것 같다. 감독님은 현장에서 그 신의 상황적인 느낌만 간단히 얘기해 주고 배우에게 맡긴다. ‘레디, 액션!’, ‘컷’이런 것도 없다. 어떨 땐 필름이 돌고 있는 건지 어떤 건지도 모르는, 약간 멍한 상태에서‘오케이, 컷’한다. 정말 연기자로 하여금 피를 돌게 하는, 특이한 방식의 촬영을 하는 것 같다. 아, 그래서 김민준 씨도‘치유된 느낌’이라고 했나 보다. ‘주진모’는 <사랑>으로 적어도 스스로 확실히 변한 것 같다. 감 독을 정말 믿다 보니 생각하는 폭이 없어졌다. 그냥 아예 백지장 상태에서 이렇게도 해 보고 저렇게도 해봤다. 사람이기 때문에 누군가 지켜보면 이 연기가 맞나 안 맞나 의심하게 되지 않나. 근데 이번엔 나를 의심하지 않았다. 의심하지 않으니까 표현하는 느낌도 달라지고, 인물을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것에 대한 걸림돌이 없어졌다. 그 정도까지였을 줄이야…. (웃음) 여태까지 해보지 않았던 역할이라 더 욕심이 생겨서 그랬던 것도 같다. 감독님이 처음부터 말했다. “네가 기존에 인상 팍 쓰고 하는, 마네킹 같은 표정은 이 영화에선 없을 거다. 너도 그렇게 생각하는 연기 방식이라면, 지금부터 빨리 없애라”라고. 나도 시나리오 읽으면서 나를 바꿀 수 있겠구나, 라고 굳게 믿었다. 곽경택 감독과 술자리에서, 인간적으로도 친해진 건가? 어휴, 무지 오래 갈 것 같다. 무한 신뢰가 간다. 이쪽 업계는 무척 냉정하다. 오늘의 식구가 내일은 적이 될 수 있다. 근데 정말 믿을 수 있는, 또 한 명의 내 편을 만든 것 같다. (중략) 흥행대작인 <미녀는 괴로워> 이후 신작이긴 하지만, 지금‘주진모’는 흥행보단 평단의 반응에 마음이 온통 가 있겠다. 맞 다. 사실 흥행이 걱정되지 않는 건 아니지만, 그것보다‘배우’라는 얘기를 듣고 싶다. 주진모라는 이름 앞에‘<사랑>의 주진모’라는 수식어가 붙여졌으면 좋겠다. 나에 대한 고정관념이 없어지고, 새로운 인식을 심어주고 싶다. 개인적으로 그렇게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일단, 내일 기자 시사회에서 영화 다시 보겠다. *자세한 내용은 프리미어 본지 29호(10.1~15)에서 확인해< |
1 留言 :
hi,
I love all of your pictures, i really love when you show your soft s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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